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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의 ‘수련’이 피어나는 정토사
글쓴이 : 총무원  (58.♡.173.212) 날짜 : 2010-07-31 (토) 10:22 조회 : 1293


용인에서 57번 국도를 타고 가다 보면 웅기중기 솟아오른 봉우리 아래 병풍처럼 둘러싸인 한가운데 정토사 “극락보전(極樂寶殿)”이 아련한 대로 바라보인다. 경관이 빼어난 곳에 자리잡고 있는 “극락보전”은 고향마을 같은 정겨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정토사 입구에 들어서면 명찰이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극락보전” 뒷산에는 푸르른 소나무가 울창하고, 입구에는 작은 연못 연화루가 있다. 프랑스 인상파 거장 모네의 작품 “수련”을 방불케 하는 분홍색, 하얀색 연꽃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연화루 옆에서는 공양간 공사가 한창이다.
 마침 아침 예불을 마친 정토사 주지 동안 스님이 기자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남쪽으로 멀리 푸른 앞산이 바라보이고 근창리 마을이 지척에 있다. 정토사의 경치가 가관이라는 기자의 말에 동안 스님이 구봉산을 자랑했다.
 속리산에서 뻗어나온 구봉산은 용인시 남동쪽 귀퉁이에서 안성시에 걸쳐있다. 아흔 아홉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구봉산에는 전설이 있다. 당시 1백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는 구봉산이 어느 날 큰 홍수로 끝 봉우리 하나가 떨어져 나갔고, 이로 인해 본디 도읍지로 정하려던 이곳이 도읍지가 되지 못했다 한다. 정토사는 아흔 아홉 개의 봉우리 중 마지막 봉우리에 자리잡고 있다.
 동안 스님은 생활이 어려웠던 어린 시절 부모님에 의해 절에 맡겨졌다. 그것이 출가하는 계기가 되었다. 정토사 창건 당시 동안 스님이 겪은 고생은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텐트를 치고 1년, 비닐하우스에서 또 1년을 고생하였다. 오로지 맨손으로 한 푼의 시주도 없이 부처님의 도량을 닦아놓았다. 극락보전 왼편에는 승방이 있고, 마당 왼쪽 끝자락에는 공양간이 있다. 정토사 입구에서 볼 때 공양간이 극락보전을 가리고 있는 게 오래 전부터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요즘 동안 스님은 공양간을 지대가 낮은 연화루 옆으로 옮기는 공사를 하고 있었다.
 그동안 세월도 많이 흘렀다. 법명은 “동안?”이지만 스님 얼굴에는 잔주름이 부쩍 늘었다. 부처님의 도량을 닦기 위해 고생하던 일이 엊그제 같다고 했다.
 동안 스님은 “나이나 법랍이 무슨 쓸모가 있나? 보살들은 ‘스님은 언제나 세 살, 다섯 살’이라고 하네. 세 살, 다섯 살의 초발심으로 기도를 하는 게 스님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지요. 법랍이 상랍이 되어도 초발심을 잃으면 하랍입니다”고 말했다.
 동안 스님은 신도들을 위해 기도를 하고, 초발심을 잃지 않기 위해 기도에 정진하고 있다. 기도를 하기 위해 외출도 자제한다. 동안 스님은 “풍경 좋고 날씨 좋다고 놀지 말고 경을 읽어라”는 어느 노승의 말씀을 좌우명으로 삼고 기도하고 있다.
 정토사에서는 달마다 회보를 통해 장부를 공개한다. 주지 스님이 청렴도를 공개하는 것과 같다. 신도들이 알아야 한다. 장부를 공개하지 않으면 신도가 떨어져 간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정토사는 가족 분위기로 화기애애하다고 한다.
 동안 스님은 기자를 연화루로 안내했다. 연꽃이 피어난 연화루는 하루 종일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을 것 같이 고요하고 아름다웠다.
동안 스님이 손으로 연화루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기 무엇이 보입니까?”
 “연꽃입니다.”
 동안 스님은 “연꽃은 표면에 나타난 형상이지요. 그 형상에서 심오한 것을 찾아내기 위해 스님은 산속에서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며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잖아요. 그래서 쉼없이 부처님에게 기도를 해야 자기 자리를 찾을 수 있어요.”
 동안 스님의 말씀에 기자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정토사를 들어서면서 건성으로 보았던 연화루를 다시 바라보았다. 물은 반짝이지도 않고 파랗지도 않았다. 수심도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깊어 보였다. 물은 연못가에 있는 나무, 풀 등 모든 물체를 반영(反影)하고 있었다. 모네의 작품 “수련”과 같다. 모네의 “수련”에서 수평선은 완전히 사라지고 반영(反影)이 나타나는 수면의 표현만 나타난다. 수련과 수면의 영역이 분명하게 구별되지 않는 수면과 그 위에 떠있는 수련을 암시적인 방식으로 구분하고 있다. 물은 더 이상 투명하지 않고, 물은 색이 감도는 대기가 되어 혼연일체를 이루었고, 수면 자체가 주인공이다. 한편 물의 깊이를 짐작할 수 없이 표현했다.
 연꽃은 진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 물 위에서 파란 잎이 피어나고 꽃이 피어나기 때문에 더욱 아름다운 꽃으로 보인다. 사람도 저 물처럼 깊은 마음을 간직하고, 저 연꽃처럼 진흙 속에서 벗어나야 참된 사람일 것이다.
 동안 스님은 하루 한 번씩 연화루를 돌아본다. 초발심을 잃지 않기 위해, 속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이다. 연화루에는 팔뚝만큼 한 잉어가 많이 살고 있다. 물 반, 고기 반이라고 했다. 동안 스님은 달마다 잉어를 소양강에 방생하고 있다. 잉어가 컸으니 더욱 넓은 자연의 품에서 자유자재로 살아가도록 방생하고 있다. 1년에 1회씩 방생하는 행사를 위한 행사는 하지 않는다. 달마다 방생을 통해 스스로 초발심을 일깨우고 있다고 한다.
 정토사(淨土寺) 이름대로 이곳이 바로 서방정토이다. 고승이 따로 있나? 초발심을 잃지 않고 계율을 지키며 수행하는 동안 스님이 곧 고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기형 기자